윤현수 목사님의 선교편지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큰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아내는 그 진한 모성애가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토요일 오후에 톳을 판다고 눌옥도 형제들이 조도에 배를 타고 왔습니다. 혼자 형제들의 배를 타고 눌옥도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목포 병원에서 5일을 입원하여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간호해야 하기에).

바람이 제법 불었습니다. 형제는 바닷물을 뒤집어 쓴다고 갑바를 가지고 와서 그것을 쓰라고 합니다. 가지고 오려고 좀 좋은 것을 가지고 오지 터진 갑바를 가지고 와서 바닷물이 들어와 잠바와 바지가 다 젖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눌옥도에서 이틀을 보내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제 또 청등도가 날 기다립니다. 부두공사팀이 들어온다해서 아침 6시에 밥을 먹고 서둘러 콩나물, 두부(할머니 드리려고)사서 팽목항으로 나갔습니다. 섬사랑 9호를 타고 청등도에 들어가 전기공사, 수도공사를 마치고 나니 저녁 가까이 되었습니다. 밖에는 교회당 마당 옹벽 공사를 준비했습니다.

수도공사를 함께한 백호씨가 저녁밥을 함께 먹자고 했지만 90세 되신 임삼엽 할머니성도님께서 서운해 하실까봐 술을 좋아하는 백호씨를 뒤로하고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성도님부부는 밥상을 준비하고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공기 술에 가득 올라 온 공기밥이 나를 힘들게 해서 `무슨 밥이 그리 많느냐`고 했더니 `젊은 사람이 그 밥이 많으냐`고 하십니다.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으니 그 밥이 다 들어 갑니다.

식사 후 두분은 무엇을 하시냐고 했더니 TV보시다 주무신다고 하셔서 주무시는 작은 방에 갔더니 찬기 느껴집니다. 목사가 자는 방을 보일러를 돌리고 당신들이 주무시는 방은 보일러는 커녕 옥장판도 꼽아놓지 않으셨습니다. 나 때문에 찬 바닥에 앉으시려는 것을 전화할 때가 있다고 큰 방으로 왔습니다. 성경을 읽다가 정말 9시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잤을까? 달그닥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1시였습니다. 할머니는 저녁에 찬이 없다하시더니 그 밤중에 무엇인가를 열심히 준비하셨습니다. 그 연세에도 목사가 와서 찬이 없어서 밥을 못 먹을까봐 한밤중에음식을 준비하신 소중한 성도를 생각하니 누워 있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 귀한 성도를 복 주세요`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잠을 콜콜 자면 목사도 아닐 것입니다.

문득 엘리사를 대접했던 수넴여인이 생각이 났습니다. 엘리사가 지나가다 방문할 때면 온 정성을 다해서 우리 임삼엽성도님처럼 한 밤에 음식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나이가 90세에도 주께서 쓰시겠다고 하시니 기쁨으로 잡을 떨치고 헌신하신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자신이든 재물이든 주께서 쓰시겠다고 하실 때 아낌없이 드린 성도...그런 성도가 천국에 상급을 쌓으신 분들이 아닐까?

근 3년 가까이 지연되었던 청등도예배당 공사가 마무리되어 3월 정도에 입당예배를 드리려고 합니다. 또한 10년동안 함께 했던 화평호를 처분하고 제2화평호를 건조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그 배로 10년을 사역하려고 합니다. 건조비가 10년 전보다 세 배 정도가 듭니다. 건조비가 채워지길 기도부탁합니다.

2015. 1. 15. 화평낙도선교센터 윤현수목사.